[곰이 지켜보고 있다.] 또 한 걸음
총무 | 2011-09-01 09:582,158 42
불리한 상황에서 중구의 첫 주자는 언제나 그렇듯이 박용덕 선수. 데드리프트 같은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식이요법을 지도해 준 나에겐 고마운 친구다. 하지만 첫 상대가 김성용...-ㅁ- 하지만 올해 김성용 선수가 운동에 크게 신경을 못 쓴데다가 박용덕 선수의 힘과 오금잽이가 좋아서 어쩌면 또 반전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핑고’ 아나걸의 힘찬 소리와 함께 경기는 시작되었고 8강전에 진출한 선수들답게 좋은 몸놀림들로 서로를 차고 받아내며 눈으로 봐도 즐거웠다. 기본기에 충실한 선수들답게 품놀림도 좋았고 서로 너무 붙지도, 서로 너무 떨어지지도 않으면서 적절히 거리를 유지했지만 잡고 늘어짐도 없이 좋은 경기를 보여주었다. 박용덕 선수는 본인이 힘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오금잽이 위주로는 나가지 않았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유술이 아니라 품을 놀다가 상대의 허점을 순간적으로 파악해 발로 차서 넘어뜨리거나 걸어버리는 것이 택견의 백미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것을 열심히 연습한다던 박용덕 선수의 말이 떠올랐다.
김성용 선수 역시 오금잽이를 그렇게 썩 좋아하지 않기에 아랫발잡기에만 치중하지 않고 경기에 임했고 덕분에 즐겁고 흥미진진하게 경기는 진행되었다. 중구의 소병수 감독이 오금잽이를 하라는 주문이 들려왔지만 박용덕 선수의 경기 스타일은 변함이 없었다. 그러던 중 박용덕 선수가 순간 아랫발을 캐치하는 틈에 벌어지는 왼뺨에 김성용 선수의 후려차기가 작렬했고 박용덕 선수는 아쉬움을 삼키며 자리로 돌아갔다. 그래도 경기 내용은 정말 소위 말하는 ‘택견스러움’ 이 넘치는 좋은 경기였다.
중구의 두 번째 선수는 박병현 선수였지만 김성용 선수가 시작하자마자 목덜미를 잡아채면서 걸어버린 딴죽에 그만 패배......지못미......ㅠ.ㅠ 상대가 도는 방향의 반대쪽으로 원을 그리면서 순간 상대의 힘을 역이용해 밀어버린 재치있는 기술이었다.
중구의 다음 선수는 김대풍 선수. 장신에 방어가 좋아서 김성용 선수의 특기인 발길질이 잘 먹히지 않았다. 김성용 선수는 연신 땀을 닦아내며 지친 듯 보였지만 저거 작전이니까 속지 말라는 해설자의 훈훈한 멘트도 이어졌다. 그러던 순간 김대풍 선수가 찬 후려차기가 김성용 선수의 안면에 가격되었고 김성용 선수는 머리를 긁적이며 자리로 돌아갔다.
‘이젠 말이야~마음은 피했는데 몸이 안 피해진다니까? 나도 나이를 먹었나보이 친구 헐헐헐.’
‘웃기고 있네. 나이가 아니라 술 때문이겠지?’
‘친구, 자네는 너무 정곡을 잘 찔러. 미워할꼬야.’
‘남자에게 미움받아봤자 이 한 몸 부끄러울 것도 아쉬울 것도 없다네.’
‘......제길, 말로는 당할 수가 없네.’
......저, 저놈의 술을 어떻게 해야......-_ -
내 회상이야 어쨌든 경기는 다시 진행되었고 경기대에도 장신의 김상일 선수가 나왔다. 김상일 선수는 강력한 낚시걸이를 한번 하더니 이내 오른발 후려차기로 방금 전의 패배를 갚아주었다. 그리고...어? 주심인 황인무 선생님이 중구의 승리라는 포즈를 하고 돌아서시다 김상일 선수의 벙찐 얼굴을 보고는 아차 하고 웃으며 다시 경기대의 승리라는 포즈를 하셨다. 본인도 멋쩍은지 웃음을 머금었고 구경꾼들 역시 마찬가지. 이런 것이 또 택견배틀의 소소한 잔재미......
중구팀의 마지막 선수는 소병수 선수. 방어도 좋고 택견도 사랑하는 좋은 선수다. 소병수 선수는 금강역사같은 자세로 슬금슬금 다가가다 잡기도 하고 기합도 넣는 등 열심히 경기에 임하다가 날치기도 시도하면서 경기를 풀어나갔다. 사실 뒤에 남은 선수들 역시 수준 높은 선수들이라서 김상일 선수가 좀다 과감하게 나가도 될 법 했지만 김상일 선수는 반드시 끝을 보겠다는 듯 침착하고 진중하게 경기를 끌어나갔다.
후려차기를 시도하기도 했지만 다리가 짧......은게 아니라 순전히 김상일 선수가 커서-ㅁ- 닿지 않자 오금잽이도 하는 등 경기를 잘 풀어나가는 듯 했으나 두발당성 이후 착지하는 순간을 먹이를 노리던 매처럼 김상일 선수가 덜미를 잡으며 딴죽을 걸어버리는 바람에 그만 벌러덩 넘어지며 그렇게 승부는 끝났다.
올해 반드시 우승을 해서 감독 선생님인 임재호 선생님께 우승 트로피를 안겨드리겠다는 다짐을 예선 첫 경기부터 강력하게 피력한 경기대학교 아리쇠는 또 하나의 산을 이렇게 넘었다. 선수들이 서로 어깨에 손을 얹고 한걸음씩 나아가는 그 모습을 보며 오늘도 한걸음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꼈다.
by 곰=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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